"MZ세대는 (내지는 2030 세대는, 또는 90년대생은) 공정성에 특별히 더 민감하다" 는 주장을 들어보았는지? 공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공정성을 주제로 하는 단행본이나 (e.g., 박원익, 조윤호, 2019) 언론사의 특별기획 (e.g., 김남준, 오삼권, 오소영, 2026) 및 전문가 대담 (e.g., 조혜정, 2018), 각종 학술문헌 (e.g., 조귀동, 2022)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청년 세대가 다른 고연령의 세대에 비하여 공정을 더 중시하고, 불공정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사회에 진입했지만 장기간의 침체와 좁아진 경쟁의 문 앞에서 생존의 원칙으로서 공정성에 매달리게 되었다는 것이 대표적인 논리다. 그런데 이때 청년들이 '다른 세대보다', '특별히 더' 민감하다고 주장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상당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 티스토리에서 세대 간 부조 가설에 대해 소개하면서 언급했지만, 우선적으로 세대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Kertzer, 1983). 세대 개념은 사회과학계에서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하지 못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며 (Rudolph et al., 2021), 사회정치적 맥락 속의 수많은 쟁점들을 흡수하는 인식론적 블랙홀처럼 기능한다 (White, 2013; 김선기, 2019). 물론 연령에 따라서 서로 다른 특성이나 패턴이 관찰될 수는 있으나, 이와 같은 세대적 차이(generational differences)는 그 자체로 세대 효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로 해석되기 어렵다. 이 차이를 분해할 경우 연령(age)의 효과와 시대(period)의 효과, 그리고 연령과 시대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될 텐데, 코호트 효과를 이들로부터 명확하게 분리해서 확인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방법론적 도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ee Rudolph et al., 2020).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어떤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특별히 더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가설은 공정성을 바라보는 정의 연구자들의 인식론과 일치하지 않는다. 사회심리학에서 공정성은 모든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동기 중 하나로 이해된다 (Montada, 2011). 이에 대해 여러 유사한 설명들이 나왔으나 대략 두 가지의 흐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의가 없다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사회 속에서 낯선 타인에게 착취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협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협동 상황에서는 정의를 우선적인 어림법으로 활용하게 된다 (Lind & van den Bos, 2002; van den Bos et al., 2001). 둘째, 지연된 보상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려면 세상이 정의롭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Hafer, 2000).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고연령 세대들 역시 낯선 사회 구성원들과 협동적 행동에 참여하거나 장기적 목표추구를 하는 데에는 예외가 아니므로 공정성에 '둔감할' 이유가 없다.

 

청년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특별히 더 공정성에 민감한 세대라는 주장은 광범위하게 발견되지만, 세대사회학 및 사회심리학의 관점에는 합치되지 않는 가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공정성에 대해 세대가 갖는 효과를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Rudolph et al., 2020), 어차피 모든 사람들이 공정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간과하게 되고 (Montada, 2011), 세대론 자체가 사회정치적 담론을 비생산적이게 만든다 (White, 2013; 김선기, 2019). 물론 공정성의 인식 후 불공정에 대한 관용(tolerance)을 나타내 보이는 데 세대적 차이가 존재하거나, 혹은 국소적·특정적 공정성과 (e.g., "이 사안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전역적·일반적 공정성으로 (e.g., "우리 사회는 공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누어 볼 때 데이터 패턴에서 세대적 차이가 나타날 수는 있으며, 나는 이 가능성까지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안하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정성에 대해 똑같이 민감하고 공정성을 똑같이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걸 놓치게 되면 '유난스러운 신세대와 불공정한 기성세대' 의 도식으로 쉽사리 빠져들게 될 것이다.


 

김남준, 오삼권, 오소영 (2026.06.11.). "부동산·연금, 4050이 결정하고 득봐" … 불공정 분노한 그들. 중앙일보, URL: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760

김선기 (2019). 청년팔이 사회: 세대론이 지배하는 일상 뒤집기. 오월의봄.
박원익, 조윤호 (2019). 공정하지 않다: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지와인.
조귀동 (2022). MZ, '초격차'와 '공정을 위한 투쟁'의 세대. 철학과 현실, 132, 95-109.
Hafer, C. L. (2000). Investment in long-term goals and commitment to just means drive the need to believe in a just world.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6, 1059-1073.
Kertzer, D. I. (1983). Generation as a sociological problem. Annual Review of Sociology, 9, 125-149.
Lind, E. A., & van den Bos, K. (2002). When fairness works: Toward a general theory of uncertainty management. In B. M. Staw & R. M. Kramer (Eds.), Research in Organizational Behavior: An Annual Series of Analytical Essays and Critical Reviews (pp. 181-223). Elsevier.
Montada, L. (2011). The normative impact of empirical justice research. In (E. Kals, & J. Maes, Eds.), Justice and Conflicts. (pp. 3–19). Springer.
Rudolph, C. W., Costanza, D. P, Wright, C., & Zacher, H. (2020). Cross-temporal meta-analysis: A conceptual and empirical critique. Journal of Business and Psychology, 35(6), 733-750.
Rudolph, C. W., Rauvola, R. S., Costanza, D. P., & Zacher, H. (2021). Generations and generational differences: Debunking myths in organizational science and practice and paving new paths forward. Journal of Business and Psychology, 36(6), 945-967.
van den Bos, K., Lind, E. A., & Wilke, H. A. M. (2001). The psychology of procedural and distributive justice viewed from the perspective of fairness heuristic theory. In R. Cropanzano (Ed.), Justice in the Workplace: From Theory to Practice (49-66). Lawrence Erlbaum Associates.
White, J. (2013). Thinking generations.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64(2), 21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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