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책은 나무위키에서 소통하겠다." 많은 이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이 한 마디는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나왔다(박소연, 2021; 정혜경, 2021). 물론 여러 아이디어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뒤늦게 수습될 가능성도 있지만, 나무위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무위키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준비가 되었는가? 활자화된 문헌을 기준으로 볼 경우, 이론적 조망을 활용하여 나무위키를 설명한 사례가 있고(e.g., 손희정, 2017), 방법론적으로는 나무위키를 텍스트 분석하거나(e.g., 천관율, 2016) 혹은 비판적 담론 분석의 흐름으로 접근한 사례가 있다(e.g., 김수아, 2020). 그럼에도 체계적 논의를 위한 지적 자원은 아직까지도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나무위키에 대해 가장 자주 제기되는 비판은, 그것이 출처 불명의 소문을, 혹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탈진실(post-truth)적인 왜곡을
기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쟁점에 접근하기 위한 이론적 조망은 아직까지 충분치 못한데, 한 가지 적합한 이론은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次郎)의 SECI 모델이다(Nonaka, 1990). 이 모델은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이론에 기초하고 있는데(Polanyi, 1966), 암묵적 지식 이론은 인간의 지식에서 명시적인 것이 암묵적인 것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Nonaka(1990)의 SECI 모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두 종류의 지식이 만날 때 명시적인 것이 암묵적으로, 암묵적인 것이 명시적으로 전환된다고 제안한다.

SECI 모델을 통해 나무위키를 분류할 경우, 나무위키는 이용자들의 암묵적 지식이 명시적인 형태로 외부
화(externalize)되는 장소에 가장 가깝다. 나무위키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knowing-what' 만이 기술되어야 할 공간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서 주어진 하루하루를 경험하고 살아내는 'knowing-how' 를 기술하는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나무위키는 당연히 객관적인 백과사전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소문·왜곡·오정보가 많다는 이유로 꼭 믿을 수 없는 출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블로그와 같은 기존의 뉴 미디어에서 발견되던 암묵적 지식의 명시적 전환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진지한 고찰의 가치가 있는 플랫폼이다.

나무위키가 소통하는 것은 거짓 앎이 아니라 이용자들조차 그들이 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앎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용
자들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졌으되 문자로 표현되지 못하던 앎이다. 나무위키가 좀 더 '백과사전적'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이나, 혹은 '무한히 처참한 지성' 이 박제되는 공간이라고 믿는 어떤 사람들이 놓치는 것은, 지식의 공여가 반드시 명시적인 형태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무위키의 장점으로 꼽히는 "텍스트의 두터움"(진주완 등, 2018, p.263)은 바로 암묵적 지식의 소통을 통해 얻어진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나무위키 진출은, 제1야당 대선 정책의 소통조차도 암묵적일 수 있음을 새삼스레 보여주게 될 뿐이다.


 

김수아 (2020). 지식의 편향 구조와 혐오: 국내 위키 서비스 '여성혐오' 논란을 중심으로. 미디어, 젠더 & 문화, 35(1), 141-183.
박소연 (2021.12.07.). 윤석열 정책공약, '나무위키' 통해 국민이 직접 참여
한다. URL: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20715375287105

손희정 (2017). 페미니즘 리부트: 혐오의 시대를 뚫고 나온 목소리들. 도서출판 나무연필.

정혜경 (2021.12.12.). 나무위키가 공약 플랫폼이 된다? URL: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565088
진주완, 정철, 류철 (2018).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사계절출판사.
천관율 (2016.08.25.). 정의의 파수꾼들? URL: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764

Nonaka, I. (1990). Management of knowledge creation. Nihon Keijai Shinbunsha.
Polanyi, M. (1966). The tacit dimension.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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