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나 인터넷 등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유령 이야기들을 취미 삼아 찾아보고 있다. 그 중에서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를 예로 들어 보기로 하자.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갑자기 접시나 물건이 휙 날아간다. 놀라워하는 그때, 어떤 사람들이 나타난다. "저거 다 낚싯줄로 밖에서 잡아당기는 트릭일 뿐이야." 물론 나 역시 이런 사고방식에 익숙하고, 더 설득력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은가? 비슷한 영상들을 더 살펴보자. 어떤 인형이 저 혼자 고개를 휙 돌린다. "이걸 봐, 내가 간단한 CG 기술로 똑같이 재현할 수 있어." 검은 형체가 먼 복도에서 휙 지나간다. "아, 이 유튜버의 친구가 검은 옷을 입고 연기를 한 거야. 알다시피, 이런 영상은 돈이 되잖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재현 가능성은 가장 손쉬운 회의주의적인 판단 방법이다. 그러나 어떠한 절차를 거쳐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곧 그 사건 자체가 그 절차를 거쳐서 고의로 만들어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재현 가능성은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려줄 뿐이다. 이 세계가 불가사의와 신비로 가득한 조금은 무질서한 세계라는 선택지 외에도, 이 세계가 기본적 물리법칙들 하에서 정돈되고 질서 잡혀 있으며 모든 신비는 오직 그 질서 속에서만 찾아지는 세계라는 선택지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전자의 선택지는 암묵적으로 소거된다. 더군다나, 전자는 틀렸고 후자가 옳다는 생각은 세상에 대한 선(先)이해일 뿐, 그 자체로 설득력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 나는 조금 더 생산적인 판단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재현 가능성이 아니라 분별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고도의 숙련도를 갖춘 CG 아티스트, 연극영화과 전공자,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할) 마술사 등으로 구성된 재현 팀을 구성하고, 어떤 유령 이야기나 소위 '증거물' 에 대해서 최대한 비슷한 가짜 사본을 만드는 것이다. 아주아주 교묘하게 설치된 낚싯줄로 물건을 휙 잡아당기는 영상과, 실제로 처음 주장된 폴터가이스트 영상을 함께 보여주고 이 중의 하나가 가짜라고 미리 알려준다면, 사람들은 어느 쪽을 가짜라고 고를까? 재현 팀의 가짜를 정확히 변별해 낸다면, 그 유령 이야기에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응답이 나온다면, 인간은 유령 이야기 속에서 불가사의의 존재 여부를 분별할 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가장 일상적이고 흔한 유튜브 '시간 때우기' 경험에서부터 생각의 길을 찾는 것이다. 구운 토스트를 보고 "기적이야!" 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생각의 길이 단순한 것처럼, 어떤 유령 이야기를 접하든지간에 척수반사적으로 "전부 교묘한 조작일 뿐이야" 라고 코웃음치는 사람들의 생각의 길 역시 그리 정교해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나는 우리가 어느 정도의 의외성이나 신비로움, 불가해한 것에 대해서 인지적인 관용을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서 오히려 그런 불가해함을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유령 이야기를 나름대로 따져본 뒤 "신기하네, 세상은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단 말이지" 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구운 토스트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시라.
※ 이 코너는 특정 이론에 입각하거나 참고자료를 인용하지 않고서 다양한 길이로 쓰여지는 가벼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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