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는 네이버 뉴스 댓글 서비스를 마경이라고 불렀다. 이를테면 그곳에서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0억에 달하여 청년층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 는 뉴스가 나오면 "뭐가 문제냐? 돈 없으면 주제파악을 해라. 서울에서 나가라!" 같은 댓글이 달린다 (물론 이런 댓글이 소수라는 점은 언급해야겠다). 누군가가 "자기들 배만 불리는 이기적인 노조는 해체해라!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보장하라!" 라며 주주 신분을 내세워 노조를 폄하하는 댓글을 달면, 다른 누군가가 "그래서 그쪽은 몇 주나 들고 계시길래 주주 행세를 하시는지?" 하면서 소액주주를 폄하하는 답글을 달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이런 악플러들은 인터넷이라는 수풀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나타나는 괴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정말로 독기 오른(toxic) 악플러를 발견하면 고의적으로 팔로우하여 한동안 동향을 살피곤 한다. 그리고 내가 발견한 바는, 악플러의 세계도 단순치는 않다는 것이다.

 

악플러들의 십중팔구는 매우 명확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악성 댓글의 형태로 표출함으로써 의견이 다른 타인을 불쾌하게 만든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악플러들이나 5.18 민주화운동을 비웃는 악플러들이 이런 쪽이다. 이들은 일관된 가치관을 강경하게 따르기에 그 과정에서 악플이 부수적으로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선플(!)을 달 수 있다. 내가 발견한 것 역시, 이들은 의외로 뉴스에 따라서는 "이게 나라다" 같은 응원 댓글을 달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는 교사를 소개하는 뉴스에 악플을 달던 사람은, 교내 촌지 척결에 한평생을 바쳐 온 사람의 뉴스에 대해서는 선플을 달게 된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에 따라 댓글을 달기 때문에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든지 불쾌하게 하든지 별 상관이 없다. 이들에게 있어, 타인의 불쾌한 감정은 그저 불운한 부산물일 뿐이다.

 

그런데 악플러 중에서도 10~20 % 정도는 '다른 사람들을 최대한 불쾌하게 만든다' 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활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사안에 따라서 다양한 가면을 바꿔 쓰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려 한다. 내가 발견한 어떤 악플러는 한동안 극단적인 레즈비어니즘적 문화적 페미니스트처럼 댓글을 달다가, 이후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서 적대적 성차별주의자처럼 댓글을 달았다. 이런 악플러들은 청년 고용의 불안정성을 다루는 뉴스에 대해서는 "요즘 MZ 직원들은 일할 마인드도 없이 휴일만 세거나 딴짓만 하면서 퇴근시간만 기다리니 최저임금도 주기 싫다" 댓글을 다는 한편으로, 자영업자들 죽어나간다는 뉴스를 보면 "장사 잘하는 사람들은 직원들 4대보험까지 챙겨주고도 아무 지장 없으니, MZ 직원들 탓하는 것은 장사 못하는 구멍가게 사장들의 핑계다" 댓글을 단다. 이들은 가치관이 아니라 의도의 측면에서 매우 일관적이다.

 

후자의 유형은 특별히 내 관심을 끈다. 이 사람들은 이를테면 사회불만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불행과 고통을 실감하게 하려는 데 있다. 그렇게 해서 개인적 좌절감을 해소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가학증적인 유희를 즐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좌파 가속주의(left-wing accelerationism)처럼 우리 사회에 내재된 모순을 표면화하여 민중 봉기(?)를 자극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들의 행보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만인을 혐오하는 것이 손쉬운 사회였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사회불만분자들이 적어도 어떤 대상에 대해서는 악플을 달기 힘들어야 할 것 같은데, 이들이 다양한 주제들에서 악의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그래서 나는 특정 뉴스 댓글 서비스가 마경이 아니라 이 사회 자체가 마경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정도로 불행한 사회에서라면, 나는 이들의 행보를 어느 정도 동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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