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slam, S. A., Alvesson, M. & Reicher, S. D. (2024). Zombie leadership: Dead ideas that still walk among us. The leadership quarterly, 101770.

URL: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048984323000966

 

Zombie Leadership: Dead Ideas that Still Walk Among Us
좀비 리더십: 우리 사이를 배회하는 죽은 아이디어들

Considerable progress has been made in the field of leadership in recent years. However, we argue that this is undermined by a strong residual commitment to an older set of ideas which have been repeatedly debunked but which nevertheless resolutely refuse to die. These, we term zombie leadership. Zombie leadership lives on not because it has empirical support but because it flatters and appeals to elites, to the leadership industrial complex that supports them, and also to the anxieties of ordinary people in a world seemingly beyond their control. It is propagated in everyday discourse surrounding leadership but also by the media, popular books, consultants, HR practices, policy makers, and academics who are adept at catering to the tastes of the powerful and telling them what they like to hear. This review paper outlines eight core claims (axioms) of zombie leadership. As well as isolating the problematic metatheory which holds these ideas together, we reflect on ways in which they might finally be laid to rest.
최근 몇 년간 리더십 분야에서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껏 반복적으로 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일련의 낡은 생각들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논의의 진전을 방해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이 낡은 생각들에 대해서 우리는 '좀비 리더십'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좀비 리더십은 경험적 근거로 지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엘리트들 및 리더십으로 돈을 버는 업계의 구미에 잘 맞는데다 이 세계가 제대로 통제되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일반 대중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지되고 있다. 그것은 리더십을 둘러싼 일상적 대화뿐만 아니라 대중매체와 인기 서적들, 컨설턴트들, 인사담당자들, 정책입안자들, 그리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려주면서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춰 주는 데 능숙한 학자들에 의해서 확산되었다. 이 리뷰 논문은 좀비 리더십의 여덟 가지 핵심 주장들(공리들)을 정리한다. 우리는 그 생각들을 한데 묶는 문제적인 메타이론들을 해부하는 한편, 그것들이 결국 영면에 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일선 기업체들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거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있어, 리더십은 연례적으로 닥쳐 오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회사마다 형편이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의 촉진을 위한 리더십이 요청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부하직원들 간에 갈등이 너무 심하여 조직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바람에 이를 중재할 리더십이 요청되기도 하며, 또 어떤 경우에는 담당 업무에 '제대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저성과 직원을 끌어안고 어떻게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야 할지 몰라 가슴을 두들기며 답답해하는 리더를 위한 성과관리 리더십이 요청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리더십 특강 및 연수는 늘 수요가 많고, 이미 상당한 규모의 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만일 리더십 연구자들이 이 뜨거운 리더십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리더십은 아마도 일반 대중과 학계의 괴리감이 가장 큰 심리학 키워드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리뷰 논문은 표현이 상당히 '맵다'. 저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명확성을 위해서 […] 의도적으로 가장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였다"(For the sake of clarity, […] deliberately phrased them in their strongest form). 저자들도 인정하듯, 일선 현장에서 소통되고 세일즈되는 리더십 이론들(즉 우리에게 이미 익숙할 변혁적 리더십을 포함하여 위대한 리더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 리더십' 이론들)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 읽기에는, 저자들의 비판은 꽤나 가혹하고(harsh), 도발적이며(provocative), "독자들을 실망시키거나 격분시킬 수 있다"(dismay some and enrage others). 그렇다면 이런 논쟁적인 문헌을 국내에 소개할 만한 당위는 무엇인가?

 

내가 여기서 이 문헌을 소개하는 이유는,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한국어로 된 매체 중에서 학계와 대중 간 리더십의 개념적 괴리를 나타내는 매체가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학계에서도 리더십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e.g., 황순희, 2021), 대체로 척도의 타당화나 특정 리더십이 특정 직업군에게 끼치는 효과에 관심을 가질 뿐, 리더십 그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유의미한 고찰을 진행하며 해외 아카데미아와 발을 맞출 용기(?)를 지닌 분은 아직 찾기가 어렵다. 나는 이와 같은 환경에서라면 리더십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분들도 "이게 정말로 맞나?" 와 같은, 일종의 지적인 갈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지식의 추격자로서 우리는 그들의 성과를 따라가는 것과 함께 그것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할 필요도 있음을 밝혀둔다.

 

본문에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를 부드럽게 요약하면, '리더십은 특별히 위대한 일부만의 특별한 자질이나 특별한 행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 것이다. 최신의 심리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Haslam et al., 2020), 리더십을 정확히 개념화한다면 'leadership process', 더 정확히는 'leader-follower dynamics' 로 개념화될 수 있다. 올바른 리더십 이해는 리더와 팔로워 양쪽의 상호작용을 통해 리더십이 형성된다고 접근하지, 리더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그 사람에게 어떤 위대한 태도를 갖추라거나 이런저런 위대한 행동을 하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리더의 특별한 태도나 행동은 그 자체로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그것을 팔로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즉 현대 심리학계는 리더십 논의를 진전시키며 대중심리학적인 '위대한 사람 이론'(great man theory)을 극복해냈다. 위대한 리더가 혜성처럼 도래할 때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종래의 '좀비 리더십' 이론들은 소수의 특별한 (대놓고 말하자면, '변혁적' 인) 소영웅이나 엘리트가 될 것을 리더들에게 주문함으로써 거꾸로 팔로워들을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저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처럼 일반 대중을 탈권력화하는 메시지가 소수 엘리트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기 때문에 끈질기게 생존해 왔다고까지 말한다. 강력하고 뛰어난 리더가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그런 영웅적인 누군가가 나타났을 때 조직과 사회의 모든 문제가 거짓말처럼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까지도 함축한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초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것처럼 보였던 리더가 판단 착오를 일으켰을 때조차, '특별히 위대한 사람' 을 강조하는 좀비 리더십 이론들은 대중이 그 리더에게 가장 큰 책임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이 논쟁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대중적으로 공감을 살 법한 어떠한 언설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위대한 인물이 현대 한국사회에 다시금 나타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고 한다. 논의할 만한 것들이 많지만 여기서는 일단 한 가지만 생각해 보자. 대통령 선거 때마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을 떠올리는 것이 우리의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그것은 세종대왕 정도의 위인이 아니라면 현대 한국사회의 문제들은 풀릴 수 없을 정도로 답이 없음을 인정하는, 우리 내면의 시민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지는 않을까? 해외에서는 이처럼 '강한 영웅' 을 갈망하는 무기력한 심리의 토양 위에서 오히려 포퓰리즘이 발흥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Haslam et al., 2020; see also Uysal et al., 2022). 임기 5년짜리 대통령에게 세종대왕과 같은 영웅적인 면모를 기대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민주사회의 '시민' 이 아니라 전근대사회의 '백성' 이 되어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황순희 (2021). 셀프리더십 관련 국내 연구 동향 분석 -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교양교육연구, 15(4), 233-249.

Haslam, S. A., Reicher, S. D., & Platow, M. J. (2020). The new psychology of leadership: Identity, influnce, and power. Psychology Press.

Uysal, M. S., Jurstakova, K., & Ulusahin, Y. (2022). An integrative social identity model of populist leadership.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6(12), e1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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