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개신교는 코로나19 시국 속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쇠락할 것인가? 2020년 6월 설문조사에서는 목회자의 절반(49%)이 코로나 이후 신자 감소를 예상했다(천수연, 2020). 주일성수로 신자들을 교회에 '붙잡아 놓지' 않으면 믿음이 약해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불과 3달 후의 다른 조사에서(박현철, 2020), 목회자들을 비롯한 신자들의 절반은(49%) 신앙생활에 다소 변화가 있을지언정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2021년 3월 미국의 설문조사를 참고하더라도(유제린, 2021) 미국인 응답자의 90% 이상은 코로나 이후 교회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고, 특히 4명 중 1명은(23%)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열심히 참석하고자 했다. 물론 사회적으로 온갖 지탄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see 권지성 등, 2021), 오히려 그 지탄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이하 종교)는 그 이상으로 회복탄력적(resilient)인 것으로 보인다. 초기의 비관적 예측을 고려하면 종교는 놀랄 만큼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걸까?

보상적 통제 이론(이하 CCT)은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종교를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이론 중 하나이다(Kay et al., 2008). CCT는 인간이 삶 속에서 외부 환경에 대한 통제능력을 상실하는 것을 불쾌하게 받아들인다고 전제한다(see Landau et al., 2015). 통제감은 개인 내적인 것 외에도 세속적·종교적·인식론적인 다양한 것들에 기원하는데, CCT는 이들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상호대체적인 선택지가 된다고 이해한다. 종교가 제공하는 통제감이 유독 증가할 때에는 종교성도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개인적 통제감이 높아지면 세속적 통제감은 감소하고(Kay et al., 2009b), 정부의 혼란을 목도한 개인은 종교적 통제감이 증가하며(Kay et al., 2009a), 과학적 발견으로 종교가 위협받는다고 느낀 개인은 그만큼 자국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을 더 많이 신뢰한다(Kay et al., 2010). 이처럼 통제감의 여러 근원들 사이에는 하나가 낮아지면 다른 하나가 높아지는 수력학적(hydraulic)인 관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CCT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인간이 세상을 예측 가능하고 질서 잡힌 곳으로 인식하려 하기에 상기된 
바 보상적 통제가 나타난다고 지적한다(Landau et al., 2015). 이 인식은 세상이 혼란스럽거나 무작위에 따라 굴러가는 곳이 아니며,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계획적·의도적으로 통제하리라는 생각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코로나19 시국에서 세속 정부가 주는 통제감은 종교가 주는 통제감에 견줄 수 없다. 코로나19를 "하나님이 예비하신 깊은 섭리가 있다" 고는 이해할 수 있어도, "문재인 정부가 예비한 깊은 섭리가 있다" 고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방식으로 질서를 설명하겠다면 "중국 공산당이 계획적으로 생물무기를 풀었다" 는 식의 주장만이 가능한데, 실제로 통제감의 결핍은 배후세력을 상정하는 추론을 촉진시킨다(Sullivan et al., 2010). 요컨대, 방역 당국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는 있어도 그것에 질서를 부여하지는 못하지만, 종교는 통제에 대한 확신과 동시에 질서까지도 부여한다.

많은 이들의 예측과는 달리, 종교는 코로나19 시국에도 생존하면서 통제와 질서라는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신앙심과 
방역을 전근대적 비합리와 근대적 합리의 대립항 속에 등치시키려던 세속주의자들도, 요즘 신자들이 "죽으면 죽으리라" 라는 순교자적 믿음을 갖고 교회 중심의 삶을 살지 못한다며 개탄하는 목회자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어떻게 개개인의 마음 속 신앙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CCT처럼 종교를 기능주의적으로 설명하는 것에도 한계는 있다. 그러나 훗날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도 종교는 쇠락하지 않았는가?' 라는 사회과학적 질문이 던져졌다면, 그에 대한 답변 중에는 '종교가 갖는 사회심리적인 측면' 또한 기능 외적인 답변에 더하여 반드시 언급되어야 한다. 아울러, 훗날의 목회자들도 '세상을 질서 있게 통제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섭리' 를 좀 더 대범하게 믿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권지성, 김진호, 오제홍 (2021).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 도서출판 삼인.
박현철 (2020.09.04.). 비대면 시대의 온라인 예배, 어디까지 다가왔을까: 전환기에 서 있는 교회…청어람ARMC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예배' 에 관한 설문 결과 분석.
URL: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1312
유제린 (2021.03.14.). 美 4명 중 1명…코로나 이후 "교회 더 자주 갈 것".
URL: http://segyetoday.com/news/newsview.php?ncode=1065550934872393
천수연 (2020.06.15.). "목회자 49%, 코로나19 이후에도 교인 감소할 듯". URL: https://www.nocutnews.co.kr/news/5361699
Kay, A. C., Gaucher, D., Napier, J. L., Callan, M. J., & Laurin, K. (2008). God and the government:
Testing a compensatory control mechanism for the support of external system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5(1), 18-35.
Kay, A. C., Gaucher, D., Peach, J. M., Laurin, et al. (2009a). Inequality, discrimination, and the power of the status quo:
Direct evidence for a motivation to see the way things are as the way they should b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7(3), 421-434.
Kay, A. C., Whitson, J. A., Gaucher, D., & Galinsky, A. D. (2009b). Compensatory control:
Achieving order through the mind, our institutions, and the heaven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8(5), 264-268.
Kay, A. C., Shepherd, S., Blatz, C. W., Chua, S. N., & Galinsky, A. D. (2010). For God (or) country:
The hydraulic relation between government instability and belief in religious sources of contro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9(5), 725-739.
Landau, M. J., Kay, A. C., & Whitson, J. A. (2015). Compensatory control and the appeal of a structured world.
Psychological Bulletin, 141(3), 694-722.
Sullivan, D., Landau, M. J., & Rothschild, Z. K. (2010). An existential function of enemyship:
Evidence that people attribute influence to personal and political enemies to compensate for threats to contro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8(3), 43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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