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조경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탈락했고, 다음으로 김문수 후보가 탈락하여, 장동혁 후보가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이 문장 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순서에서 일정한 법칙을 찾을 수 있는가? 2025년 여름 국민의힘 6차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은 소위 '반탄' 입장이 약한 후보부터 추려냈고, 최종적으로는 '반탄' 입장이 가장 강한 후보를 선택했다. 당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건, 당 밖에서는 기함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자신들의 대통령이 두 번이나 탄핵당한 상황이라면, 정당으로서는 다음 선거 승리가 있을 때까지 마땅히 자숙하면서 기존 권력과는 선긋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든지, 아니면 최소한 말이라도 아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거꾸로, 탄핵에 대해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는 당론에 기대기를 선택했다. 대중적 사회과학 내지는 기초적인 수준의 정치학에 기반한 상식이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왜 이런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인 현상이 나타났는가?

 

이번에도 사회심리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자원을 갖고 있다. "어디 가서 보수라고 말 못 하겠다" 고 한탄하는 당원들은 침묵 속에 숨었고, 광장에서 윤석열 석방 시위를 벌이는 당원들은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를 외쳤다. 전자는 보수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이 덜 현저(salient)해졌고, 후자는 더 현저해진 상황이다. 리더십의 사회적 정체성 접근(social identity approach of leadership)에 따르면 (for a review, see Hogg et al., 2012), 사회적 정체성이 현저해진 구성원들은 내집단의 리더십이 '우리가 누구인가' 를 명확하고도 모범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기를 갈망한다. 이것에 관련된 리더의 자질이 바로 집단 전형성(group prototypicality)이다 (see also van Knippenberg, 2023). 이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맹렬하게 '반탄' 입장을 표방하는 당원들은 "우리의 우리다움을 속시원히 보여달라" 고 당대표 후보들에게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조 후보와 안 후보보다는 김 후보가, 그리고 김 후보보다는 장 후보가 더 국민의힘의 정당 전형성을 잘 체화하고 있다고 인식된다는 설명이 나온다. 즉, 국민의힘 당원들은 장 당대표를 통해서 국민의힘이 어떤 정당인지, 그리고 보수주의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자각한다. 물론 이와 같은 정체화에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일명 '전한길 의제' 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곽재훈, 2025). 그러나 '반탄' 당론은 다양성과 통합이라는 개념어들까지 동원하면서 전 씨를 정당 집단의 중심부로 불러들였다 (김도희, 2025; 이해인, 2025). 이처럼 새로운 정당 정체성에 맞는 구성원들은 선택받았고, 맞지 않는 구성원들은 버려졌다. 그 결과 국민의힘의 정당 정체성은 '장동혁다움', 즉 '민주진영의 모든 것에 일관되게 반대하고 맞서싸울 수 있는 다양한 개인 및 조직화된 세력들의 느슨한 안티(anti-) 집합' 으로 완성되었다.

 

극에 달한 정치적 대립 속에서, 국민의힘은 '반탄' 이라는 대 민주진영용 무기를 가장 속시원히 휘두르는 리더십이 가장 우리답다고 생각했다. 조 후보와 안 후보가 탄핵 특검 등에 동조하는 모습은, 당원들에게는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적 책임이기는커녕, 마치 '우리와 그들이 다를 바 없어지게 만드는' 물흐리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쩌면 두 후보는 단순히 민주진영의 대립항으로 자당을 정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보수', '시대의 참 어른' 이라는 대안적 전형성을 제시했을 수도 있었지만, 아직도 진정한 보수로서의 전형성을 갖춘 인물은 여전히 융중에 누워 잠들어 있다. 물론 우리의 이론을 통해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이를테면 민주진영의 조국 팬덤이나 개혁신당의 이준석 팬덤을 설명하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다. 사회심리학 이론은 특정 정치적 집단만을 문제시하고 손가락질하기 위한 색안경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마음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돋보기이기 때문이다.


 

곽재훈 (2025.07.30.). 김근식 "전한길도 품고 가자? 국민의힘 정체성에 위배". URL: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72916055443373

김도희 (2025.07.26.). '전한길 입당' 두고 쪼개지나…"친윤계 분화 현상"? URL: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72516522883919

이해인 (2025.07.28.). 전한길·신천지 국힘 입당 논란... 장동혁 "그들도 국민, 왜 안되나". URL: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5/07/28/VVVMLXRB4VC7PHMPF6PVDBRNOQ/

Hogg, M. A., van Knippenberg, D., & Rast III, D. E. (2012). The social identity theory of leadership: Theoretical origins, research findings, and conceptual developments. 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23(1), 258-304.

van Knippenberg, D. (2023). Developing the social identity theory of leadership: Leader agency in leader group prototypicality.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7(4), e1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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