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20대 남녀는 자신들을 어떠한 사람들이라고 바라볼까? 2021년 7월 1일, KBS에서 이와 관련하여 실시한 흥미로운 사회조사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잠재적 갈등 요소를 다양한 척도를 활용하여 검출하고자 하였다(송형국, 2021). 여기서는 그 일환으로 포함된 척도 중에 '따뜻함' 척도와 '능력있음' 척도를 2차원으로 결합한 조사결과에 주목하고자 한다(그림 1). 사회심리학자들은 이 척도가 고정관념 내용 모형(이하 SCM)이라는 이론적 조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Fiske, Cuddy, Glick, & Xu, 2002). 다양한 값들에 산포된 데이터의 패턴을 보고, 어떤 이들은 세대론의 관점에서 해석하거나, 또 어떤 이들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할 경우, 이 데이터는 SCM이 예측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이상성을 지니고 있다는 가능성이 떠오르게 된다.

SCM을 제창한 이론가들에 따르면(Fiske et al., 2002),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 따뜻하면서도 유능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KBS 조사에서 7점 리커트 척도를 활용하였으므로, 내집단에게 두 차원 모두 중간값인 4점 이상으로 응답함으로써 내집단 편애를 드러낸 50대의 패턴은 이론으로 잘 지지된다. 문제는 20대 남녀의 응답인데, 내집단의 유능함을 의심하지는 않으나 내집단이 따뜻하기보다는 차갑다고 여긴다. 사회의 모든 집단들이 따뜻하고 유능함, 따뜻하고 무능함, 차갑고 유능함, 차갑고 무능함의 4가지 조합 중 하나로 인식된다는 이론적 설명을 대입하면(Cuddy, Fiske, & Glick, 2008), 차갑고 유능하다는 사회적 집단 인지는 내집단이 아니라 부유층이나 전문직을 막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더 가깝다. 대한민국의 20대 남녀들은 자기 자신들을 마치 고학력의 냉혈한 갑부인 양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론으로부터 데이터가 일탈했을 때, 그 이론은 진보를 이룸으로써 놀라운 통찰을 안겨준다. 하지만 당장 실증이 불가능한 현재로서는 두 가지의 대안적 설명만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첫째, 20대 남녀들은 같은 세대 혹은 코호트로 묶일지라도 서로를 내집단으로 여기지는 않기에 따뜻함 인지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20대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혹독한 경쟁자이고, 내 밥그릇을 빼앗아갈 수 있는 유능한 적수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파편화되고 원자화되어, 집단성(groupness)이 소멸되었을 수 있다. 둘째, 20대 남녀들에게 따뜻함이라는 속성은 더 이상 내집단의 덕목이 아닐 수 있다. 따뜻함은 그들이 '감성팔이' 와 '선동' 에 이끌려 부화뇌동하게 만들 뿐이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갈 세상에서 그들의 유일한 덕목은, 남에게 속지 않을 수 있는 이지적이고 냉철한 판단력밖에는 없다. 그들에 따르면 자신들에게 그런 따뜻함은 없고, 따뜻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과몰입' 해서 혼자 '불타는' 것에 불과하다.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는 20대가 자신들이 유능하지만 냉담한 사람들이라고 느낀다는 가능성을 SCM을 통해 우연히 드러내 보였다. 불행히도 KBS 보도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은 뒤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적절히 공개되기만 한다면 사회심리학자들의 후속 분석에 크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20대 남녀는 언제부턴가 자신들이 따뜻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렸다. Cuddy et al.(2008)은 차갑고 유능한 집단 구성원들을 향해 두 가지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집단 구성원들의 차가운 면모가 강조될 때에는 능동적 공격성이, 유능한 면모가 강조될 때에는 수동적 순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20대 남녀들의 극단화되는 갈등과 공정 담론으로 대표되는 시험과 경쟁에 대한 요구는, 능동적 공격성과 수동적 순응의 두 가지 행동 패턴으로 예기치 못하게 설명된다. 남은 것은 실종된 따뜻함 인지를 이들에게 되찾아주는 일이다.

그림 1.


송형국 (2021.07.01.).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 ② 50대의 '꼰대 지수'는 몇 점? URL: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6479 
Cuddy, A. J., Fiske, S. T., & Glick, P. (2008). Warmth and competence as universal dimensions of social perception: The stereotype content model and the BIAS map.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0, 61-149.
Fiske, S. T., Cuddy, A. J., Glick, P., & Xu, J. (2002). A model of (often mixed) stereotype content: competence and warmth respectively follow from perceived status and competi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2(6), 878-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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