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사회과학도가 자신이 몸담은 세상에 대한 연구의 의욕을 느끼듯이, 신세대 사회과학도도 그들이 몸담은 인터넷 공간에 대한 연구의 의욕을 똑같이 느낀다. 흔히 컴퓨터 매개 소통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공간에도 문화가 존재하나, 이에 대한 연구는 기성 학계가 낯설어하는 가운데 간신히 움트기 시작하고 있다(모현주, 2020). 신생 학문분야는 교도권이 명확하지 않기에 이 주제 역시 문화인류학에서 비평 이론까지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나, 그 기초가 차근차근 충실하게 쌓이며 성장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참여 연구자 모두의 몫이다.

직관적으로, 신생 분야로서의 인터넷 문화 연구에는 탐색적 연구의 비중이 높을 것이 기대된다. 참고로 신생 학문의 정립과정을 논의한 Passmore & Theeboom(2016)은 초기 연구 단계에서 사례연구를 제안하고 있으나, 그것이 단순한 예시화(illustration)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례 선정의 엄격한 정당화가 요구된다(Yin, 2009). 내부자 관점의 연구가설 개발을 위해서는 인터넷 에스노그라피(조영한, 2012; Hine, 2000)도 하나의 방법이다(e.g., 이길호, 2010). 혹은 심층면접법도 연구의 주춧돌을 놓기에 적합한 탐색적 도구가 될 수 있다(e.g., 김학준, 2014).

향후 탐색이 충분히 누적되어 인식의 틀이 완성된다면, 연구자들은 그 이론을 가지고 확인적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확인적 연구 또한 새로운 지식의 생산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진욱(2011)은 비판적 담론 분석(이하 CDA)에 대해서, 연구자가 이미 가진 특정한 가치판단을 재확인하기 위해 뻔한 분석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확인적 연구에서도 연구자의 연구가설은 여전히 교정의 대상이다. 인터넷 문화를 CDA 혹은 광범위한 담론의 용어로 접근할 때(e.g., 김수아, 2020), 연구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문화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임을 고려하면, 지금은 연구자의 생각이 옳았음을 확인하기보다는 어떤 생각을 품어야 할지부터 고민할 시점이다. 신세대 사회과학도들에게 인터넷 공간은 자신이 몸담은 익숙한 공간이며, 연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이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또 다른 통념이론(lay theory)에 그칠 수 있다. 이런 초기 시점에 탐색적 연구보다 확인적 연구에 매력을 느끼는 연구자는, 자신이 가진 통념이론이 옳다는 주장을 학문의 언어로 정당화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김수아 (2020). 지식의 편향 구조와 혐오: 국내 위키 서비스 '여성혐오' 논란을 중심으로. 미디어, 젠더 & 문화, 35(1), 141-183.
김학준 (2014).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모현주 (2020). 인터넷 문화 연구의 어려움. URL: https://brunch.co.kr/@hyunjoomo/578
신진욱 (2011). 비판적 담론 분석과 비판적·해방적 학문. 경제와 사회, 89, 10-45.
이길호 (2010). 우리는 디씨: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증여, 전쟁, 권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조영한 (2012). 인터넷과 민속지학적 수용자 연구: 인터넷 에스노그라피의 가능성과 과제. 미디어, 젠더 & 문화, 21, 101-134.
Hine, C. (2000). Virtual ethnography. SAGE.
Passmore, J., & Theeboom, T. (2016). Coaching psychology research: A journey of development in research. In L. E. van Zyl, M. W. Stander, & A. Oodendal (Eds.), Coaching psychology: Meta-theoretical perspectives and applications in multicultural contexts (pp. 27-46), Springer.
Yin, R. K. (2009). Case study research: Design and methods. 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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